유럽 여행을 계획할 때, 누구나 한 번쯤은 루브르 박물관, 프라하성, 리스본 시내처럼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관광 명소들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진짜 유럽의 매력은, 지도에서 손가락으로 꼭 집지 않으면 찾기 어려운, 그런 조용하고 깊이 있는 장소들에 숨겨져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프랑스, 체코, 포르투갈이라는 세 나라의 덜 알려졌지만 아름다운 공원 7곳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관광객의 발길이 적고, 현지인만이 즐기던 그 풍경 속에서 여행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프랑스 : 낭만과 고요함이 깃든 작은 공원들
프랑스는 정형화된 대규모 정원 외에도, 도심 속 골목길이나 마을 외곽에 숨어 있는 아담한 공원이 참 많습니다. 이들 공원은 관광객보다는 현지 주민들의 산책 코스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프랑스 일상의 숨결을 느끼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첫 번째로 소개해 드릴 곳은 파리 12구에 위치한 파르크 드 벤센(Parc de Vincennes)의 외곽에 자리한 아르부스 광장 정원(Square des Arbusiers)입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파르크 드 벤센의 중앙부만 방문하지만, 그 주변부에는 조용하고 잘 관리된 소형 정원이 여럿 숨겨져 있습니다. 아르부스 광장 정원은 자그마한 분수대와 작은 철제 의자, 라벤더와 유칼립투스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정원으로, 파리지앵의 일상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다음은 프랑스 남부의 님(Nîmes) 외곽에 위치한 몽 뒤 파르크(Mont Du Parc)입니다. 이곳은 관광객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대 로마 유적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 역사적 매력까지 함께 품고 있는 곳입니다. 언덕을 따라 오르면 마을과 들판이 내려다보이고, 바람결에 흩날리는 나무 그늘 아래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트라스부르 인근의 슈망 드 플뢰르 공원(Chemin des Fleurs)은 이름 그대로 ‘꽃길’을 뜻하며, 계절별로 다양한 야생화가 정원 내를 가득 채우는 풍경이 특징입니다. 사진 애호가들에게는 특히 매력적인 장소이며,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기에도 좋은 명소입니다. 관광버스가 닿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에 조용함이 더욱 도드라집니다.
체코 : 전통과 현재가 조화된 정원 문화
체코는 고성(古城)과 성당이 유명하지만, 정원 문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공원들이 수백 년 된 조경 양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도심과 자연 사이를 잇는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로 소개할 곳은 체스키 크룸로프 외곽의 코트나 공원(Kotna Park)입니다. 중세 분위기가 살아 있는 체스키 크룸로프 성과 가까우면서도,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지나치기 쉬운 위치에 있습니다. 이곳은 성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으로도 유명하며, 석양이 지는 시간대에 산책을 하면 마치 다른 시대로 들어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요한 잔디밭과 오래된 나무 아래 놓인 벤치들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또 다른 추천지는 브르노 시 외곽의 레두타 공원(Reduta Park)입니다. 체코 제2의 도시인 브르노는 젊은 분위기의 도시지만, 이 공원만큼은 매우 차분한 기운이 흐릅니다. 낮은 산책로와 수풀, 조용히 흐르는 개울이 어우러진 자연 친화적 공간으로, 현지인들에게는 요가와 명상을 위한 장소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올로모우츠(Olomouc)의 동쪽 언덕에 자리한 성 미카엘 공원(St. Michael's Garden)입니다. 올로모우츠는 대학 도시로도 유명한데, 이 공원은 고즈넉한 수도원과 인접해 있어 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수국이 만발하는 여름철에는 산책과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매우 좋은 장소이며, 관광객보다는 주로 학생들과 지역 예술가들이 애용하는 문화 공간이기도 합니다.
포르투갈 : 자연과 역사, 감성이 흐르는 숨은 공원
포르투갈은 남유럽 특유의 따뜻한 햇살과 풍부한 자연 덕분에 공원 여행의 매력도 각별합니다. 특히, 언덕 지형이 많은 도시 특성상, 공원마다 독특한 풍경과 정취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먼저 추천드릴 곳은 포르투 인근의 팔라시오 데 크리스탈 정원(Jardins do Palácio de Cristal) 내에 숨겨진 소나무 숲 구역(Pinhal Secreto)입니다. 일반적인 정원 구역과 달리 이곳은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고, 그 사이로 목재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마치 숲속을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포르투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조망이 매우 뛰어나며, 도시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대표적인 장소입니다.
다음은 리스본 외곽의 벨라비스타 공원(Parque da Bela Vista)입니다. 이곳은 록인리오 등 대형 페스티벌 장소로도 쓰이지만, 그 외의 계절에는 오히려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초록 언덕과 넓은 잔디밭이 어우러진 풍경은 소박하지만 매우 편안하며, 해 질 무렵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알렌테주 지방의 모라(Mora) 마을 인근에 있는 리베이라 공원(Parque da Ribeira)을 추천드립니다. 이 공원은 지중해 식물과 물가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인공미보다는 자연의 결을 최대한 살린 조경이 특징입니다. 관광객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년 포르투갈 내에서 '가장 조용한 여행지' 설문조사에 꾸준히 이름을 올릴 만큼 지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입니다.
마무리 : 유럽의 아름다움은 조용한 공원에서 시작됩니다
잘 알려진 명소를 찾아가는 여행도 물론 의미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유럽의 아름다움은, 현지인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공원 속에서 발견되곤 합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린 프랑스, 체코, 포르투갈의 숨은 공원 7선은 모두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은 만큼 조용하고,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2024년,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그 한 줄기 공원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그곳에서 만나는 바람, 나무, 사람, 그리고 한 장의 사진이 오히려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여행의 조각이 되어줄 것입니다.